십자가는 하나님의 다함없고 무한하신 은혜의 창고입니다. 십자가가 갖는 넓이와 깊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은혜를 깨닫는 각도에 따라서 주어지는 깨달음도 차이가 있게 되며, 깊이 묵상할수록 하나님의 깊은 은혜의 문을 열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차원이 있기에 마태복음에서는 십자가를 통해서 구약의 예언을 성취하는 메시아를 표현하고, 마가복음에서는 우리의 죄를 짊어지고 가시는 고난의 종인 예수님을 십자가를 통해 표현하며, 요한복음에서는 십자가를 통해 찬란한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죄인인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심장 파열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 베드로와 가룟유다는 예수님을 부인하고 팔아먹은 것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고통스러워하며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가룟유다의 그것은 인간적인 슬픔으로 끝난 후회에 그친 반면에 베드로는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깊이 각성함으로 주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 중심이 십자가 앞에서 깨어지고 회개했기 때문에 주님은 천국 열쇠를 맡기고 계속 쓰신 것입니다. 이처럼 십자가의 은혜가 인간의 재능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도 보잘것없었던 제자들처럼 부족하지만 주님이 우리를 붙잡으셔서 신앙의 경주를 완주하도록 십자가를 통한 각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최악의 모욕과 수치를 당하셨습니다. 주님이 우리 대신 받으신 이 수치와 모욕, 십자가형의 고통이 얼마다 끔찍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각성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참으로 끝없는 고통의 시간이었고, 주님은 정신적 모멸감과 육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영적 고통까지 모두 감당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랑의 하나님께서 예수님으로 십자가의 고통을 지게 하셨을까요? 그것은 우리의 죄의 무게가 그만큼 크고 잔혹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십자가를 통해 우리가 이 세상에서 당하는 고통의 현장에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시기 위함입니다. 십자가에서 고통 받으신 하나님만이 고통당하는 그의 백성들을 도우시고 치유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통과 형벌의 상징인 십자가를 우리의 표상으로 삼는 것입니다. 믿음의 눈을 열고 깊이 묵상하면, 결국 창조주 하나님께서 십자가의 고통을 받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재판장처럼 객관적으로 계시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통당하시고, 하나님이 직접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것입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 대신 고통을 받으시어 우리에 대한 사랑을 쏟아 부으신 것, 이것이 기독교 복음의 핵심입니다. 이 십자가를 통한 은혜의 각성이 있게 되면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 회개의 각성이 따라옵니다. 하나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고통의 능력으로 우리 삶에 해결 받지 못할 죄는 없으므로,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죄책감으로 살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자신을 파괴시킬 사람은 자신 밖에 없습니다. 십자가의 깊은 각성으로 예수님을 바라보면 나를 파괴하는 상처의 자리를 뛰어넘어 회복의 능력을 얻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진정한 회개의 각성은 삶의 회개로 따라 오는 것입니다. 반복되는 죄에 둔감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나를 대신해서 죽으신 예수님을 진실로 믿는다면 철저한 삶의 회개와 죄의 청산이 따라와야 합니다. 두 번째, 십자가의 각성은 사랑의 각성으로 연결됩니다.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예수님이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 십자가의 고통을 감당하셨다는 것이 각성되면, 모든 것을 다하여 주님만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주님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우리 마음에 남아있다면 이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한 모독입니다.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주님께서는 그 사랑에 합당한 귀한 은혜들을 부어주십니다. 세상이나 돈이 줄 수 없고, 남편과 아내가 주지 못하는 사랑을, 내가 노력해서 얻지 못하는 것을 주님이 주십니다. 예수님과의 사랑을 우선순위로 올려드리면 주님과 나만이 아는 놀라운 은혜를 허락해 주시는 것입니다. 주님을 최우선으로 사랑하며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감당함으로 십자가의 능력을 누리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