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문둥병자가 예수님 앞에 와서 깨끗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구약시대부터 문둥병은 저주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랍비들은 문둥병자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까지 피해서 자리를 옮길 만큼 버림받은 존재였습니다. 중세기에는 나병이 들면 신부가 데리고 가서 장례예배를 드리고 사회 밖으로 쫓아버렸습니다. 산송장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번 주에 가서 집회를 인도하였던 소록도 나병환자 교회에 가서 보니 그곳에 있는 3천 여 사람들은 이미 호적에서 다 삭제 되어버린 사람들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 입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이 문둥병자를 고치신 기록이 많지 않습니다. 불과 두 번 정도 나옵니다. 어떤 점에서는 그 당시 특수한 지역에서 고통하고 있던 많은 환자들을 왜 예수님이 찾아 가시지 않았는지 의문이 갑니다. 왜 그들을 다 고쳐주시지 않으셨을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예수님의 목적은 병 고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관심사는 영혼구원이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가 환자들만 찾아 다니셨다는 기록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수님이 병자를 고치신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메시야이심을 증거 하는 입장에서 하신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병을 고치신 그의 사역에는 영적인 교훈이 더 깊이 담겨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병을 고치신 그의 이야기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살아있는 메시지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문둥병은 타락한 영적증세를 가장 잘 밝혀주는 병입니다. 무감각, 불결, 죽음, 이것들은 문둥병이 지닌 특징인데 동시에 영적으로 병든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영적으로 문둥병이 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죄를 지어도 무감각합니다. 책망을 받아도 반응이 없습니다. 문둥병자들은 감각이 없어서 불에 데어도 모릅니다. 영적으로 감각이 없는 자 만큼 절망적인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이렇게 말세가 가까운 혼탁한 세상에서 말입니다. 그리고 더러운 생각을 가지고 더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은 영적으로 나병환자 입니다. 그들은 살았으나 죽은 자들입니다. 예수님은 그의 앞에 엎드린 환자를 보시고 민망히 여기셨다고 하였습니다. 민망히 여긴다는 말은 예수님이 세상을 사실 때 느낀 그의 심적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마음으로 운다는 말입니다. 마음에 눈물을 담고 사람들을 보시는 감정을 말합니다. 지금도 예수님은 영적으로 나병이 들어 무감각하고 더럽고 죽은 송장과 같은 사람들을 향해 마음에 눈물을 담고 바라보십니다. 예수님에게 왔던 그 사람은 깨끗함을 받고 춤을 추며 돌아갔습니다. 아마 그 사람은 돌에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예수님한테 접근을 하였을 것입니다. 일사 각오의 믿음이었습니다. 이런 믿음이 예수님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한 예는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에게 이만한 믿음이 있다면 아무리 영적으로 무서운 문둥병이 걸렸다 해도 깨끗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만난 수백명의 나환자들은 비록 몸에는 나병의 흔적이 많았지만 영적으로는 너무 아름답게 고침을 받고 있었습니다. 강단에서 찬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감명을 받았는지요. 나균으로 입술이 떨어져 나가버린 부인이 성가대 석에서 찬양하는 그 표정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가득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없는 손을 가진 사회자는 기도의 첫마디가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예수님께 고침 받은 깨끗한 영혼을 가진 자 만이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우리 중에 아직도 영적으로 나병환자가 있습니까? 주님은 당신을 보시고 울고 계십니다.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 앞에 엎드려 기다립시다. 당신은 고침 받아야 구원 얻을 수 있습니다.

<본 말씀은 옥한흠 목사의 주일설교(1982.8.29)를 요약, 정리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