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언덕 위에 세워진 도성이기 때문에 정원이나 숲이 없었습니다. 조용한 기도처소를 찾으려면 예루살렘 성곽을 벗어나서 겟세마네라는 산을 다시 올라가야 했습니다. 예수님은 기도하기 좋고 조용한 겟세마네라는 곳을 자주 찾으셨습니다. 평안할 때 자주 이 곳에 오셔서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고 힘을 얻으셨습니다.
본문에서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을 찾으신 이유는 어려운 지경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힘과 평안, 하나님과 깊은 기도를 나누지 않으면 이 깊은 골짜기를 건널 수가 없어서 자기의 기도의 골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겟세마네를 찾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평소에 기도하는 곳이 있으셨습니다. 어려운 위기를 당하자 서슴지 않고 그 곳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감람산 기슭에 도착했을 때 예수님은 세 제자만 데리고 들어가셨습니다. 이 세 제자는 예수님의 가장 측근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면에서 예수님도 측근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이 비통에 빠졌을 때 모두가 기도할만한 입장은 되지 않았습니다. 고통을 나누는 사람은 수가 적습니다. 신앙생활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이 마음 놓고 기도해달라고 하고 깨어있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은 세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할 때도 믿음의 측근, 친구가 필요합니다.

본문을 보면 예수님께서 고민하고 슬퍼하십니다. 예수님의 생애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 하나님의 아들 되신 예수님이 이와 같이 고통하며 번민하고 괴로워하십니까?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하나님께서 죄를 짊어진 어린양 되신 예수에게 모든 저주와 진노를 쏟아놓는 것을 겟세마네 동산에서 보신 것입니다. 모든 인류의 죄를 혼자 짊어지는 고통, 우리가 영원히 지옥에서 받아야 할 고통과 심판을 한 순간에 짊어지는 고통을 내 영혼이 심히 고통하여 죽게 되었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 한마디 한 마디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기 바랍니다. 내 죄가 예수님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38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세 제자에게 너희는 여기 머물러 나와 함께 깨어있으라, 깨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온 천하의 죄를 짊어지고 혼자 고통 하는 이 순간 무서운 고독이 사로잡은 것입니다. 세 제자가 곁에 앉아있어만 줘도 좋겠다는 예수님의 심정입니다. 누구나 인간이 고독하게 고통을 당하면 그것을 가만히 같이 나눠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예수님도 참 인간이시기 때문에 사람과의 깊은 교제가 필요했습니다. 마음을 터놓고 깨어있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와 같은 무서운 고독을 친히 체험하셨기 때문에 오늘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당하는 모든 고독과 패배 앞에서 느끼는 쓰라림을 잘 아십니다. 친히 당하셨기 때문에 고민하고, 고통 하는 자 옆에 주님이 떠날 일이 없으십니다. 세상에서 자기 자녀가 그런 위치에 있을 때 버리지 않고 가까이 계십니다. 우리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신앙이 좋아도 우리는 하나님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교제와 우리의 고통을 나눌 인간과의 교제가 함께 필요합니다. 교회는 무거운 짐을 같이 나누는 하나님의 몸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할 중요한 순간에 다다르셨습니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예수님은 중요한 결단을 혼자 내려야 할 상황이셨습니다. 중요한 결단은 하나님 앞에 단독으로 내려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결단을 내리도록 기다려서도 안되고 사람과 더불어 의논해서 결단을 내려서도 안됩니다. 우리 생에 가장 중요한 결단은 혼자서 내리고 결단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결단의 순간에 하나님과 혼자 만나십시오. 이것이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방법입니다.

예수님이 혼자 기도하는 장소에 이르렀을 때 그의 태도를 보면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렸다고 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진지한 자세입니다. 예수님으로 하여금 땅에 주저앉게 하고 얼굴을 땅에 대고 기진맥진하게 만든 것은 마음에 있는 짐이었습니다.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졌기에 하나님 앞에 혼자 남게 되자 아무 스스럼없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셨습니다. 기도의 자세는 가르쳐서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의 짐을 가지고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많은 신자들을 보면 기도가 형식적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마음의 자물쇠를 열고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하나님 앞에 내어놓으십시오.

예수님의 기도 초반에는 혼란이 있었습니다. 두 가지 자아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가급적이면 십자가를 지고 싶지 않아하는 자아와 ‘그러나’라고 말하는 자아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 십자가를 위해 이 땅에 내려오셨는데 십자가를 지지 않게 해주소서 하는 기도가 있을 수 없는 것 같지만 그도 인간이었고 그대로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와 같이 심한 통곡으로 기도하시고 세 번이나 똑같은 기도를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두 자아가 대립해서 팽팽하게 맞서는 것처럼 보이던 기도가 42절에 보면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지날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 원하나이다’라는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기도를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세 번할 때 달라집니다. 처음 기도할 때는 내 감정적인 자아가 사납게 몰아칠 때도 있지만 기도를 한 번하고, 두 번, 세 번할 때 하나님께서 내 마음의 모든 풍랑을 잠잠케 하시고 잘못된 자아의 모든 고집은 다 꺾어주시고 드디어 하나님의 원하는 뜻대로 기도하고 순종하고 결단할 수 있도록 끌어주십니다. 그래서 기도는 분명한 응답을 받을 때까지 계속해야 합니다. 똑같은 말을 세 번 하셨다고 했습니다. 세 번 반복한 것은 준비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마지막에는 제자들에게 ‘같이 가자 준비가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실 때와 가자고 하실 때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셨습니다. 기도의 능력이 십자가를 담담하게 질 수 있도록 변화시키셨습니다.

기도는 영과 혼과 육이 총동원되어 전인격이 하나님 앞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기도는 땀이 나고, 목이 쉬고 진액이 빠집니다. 일 중의 일입니다. 아무리 성령충만 해도 기도하지 않을 만큼 완벽한 사람이 없고, 아무리 성령충만 해도 기도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육신의 약함을 극복한 사람도 없습니다. 성령충만은 기도충만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질 수 있는 능력을 마지막 기도에서 얻으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따라갑시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가는데 십자가가 있습니다.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능력을 기도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겟세마네 동산의 위대한 예수님의 결단.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감사하고 그 아름다운 장면을 마음에 묵상하면서 기도하고 우리 주님을 찬양합시다. 이것이 성도의 자세입니다.

<본 말씀은 옥한흠 목사의 설교(1982.4.4)를 요약, 정리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