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라. " (9절)

예수님이 탄생하시기 700여년 전에 이사야는 앞으로 나타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이처럼 아름다운 목가적인 표현을 했습니다.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는 나라」란 전혀 남에게 상처를 주지도 아니하고 상처를 입지도 않는 그야말로 누구와도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나라가 예수님과 함께 시작된다고 했는데 주님이 오신지 2000여년이 지났지만 이런 파라다이스가 아직은 요원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서방국가의 통계를 보면 이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살인율과 강도율이 263%가 증가되었다고 합니다. 또 우리의 현실을 보아도 서로 피해를 주고 받는 이중 신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칼로 찌르지 않았다 할지라도 자그마한 혀로 상처를 주었고, 또 다른 사람을 통하여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해자요, 또한 피해자입니다. 이처럼 살벌하고 아픔이 가실 날이 없는 세상이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님을 통하여 나타날 아름다운 낙원을 더 동경하게 됩니다.

예수님이 오신 뒤의 이 세상에는 해함도 없고 상함도 없다는 말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러나 9절을 보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때」에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을 모두의 마음 속에, 사회제도 속에, 정치제도 속에 모시어 드려 그 하나님의 충만이 임할 때 서로 상처 주는 무자비한 세계는 종식을 고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하나님을 스스로 찾아 만나며, 알만한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죄로 타락한 존재이므로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절된 영원한 죽음을 이미 맛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힘으로 하나님을 찾을 수 없으며 원수 된 관계가 개선될 수도 없습니다.

다른 종교는 사람의 힘으로 하나님을 발견할 수도 있고, 하나님을 찾을 수도 있다고 가르치며 각성을 요구하지만 기독교는 반대로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려고 하면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우리가 알아 볼 수 있도록 자신을 보여 주실 때만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새로운 계기가 생기지 않고는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는 나라가 완성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시기 위해서 하나님은 기이한 방법을 사용하셨습니다.
1절에서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나서 결실할 것"이라고 하셨고 또 한번 반복하여 10절에는 "그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싹이 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그 날에」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때」를 말합니다. 상식적으로 세상의 지식을 전할 때는 전달자의 신분이 높고 권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오히려 사람들이 멸시하는 방법으로 찾아 오셔서 자신을 보여 주셨던 것입니다.
이새는 다윗왕의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왜 하나님께서 왕인 다윗의 이름을 쓰지 않고 이새의 이름을 기록했습니까? 다윗이 왕이 되기 전, 이새의 가문은 베들레헴에서 양을 치는 초라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새의 줄기에서 가지가 난다는 것은 무명의 사람에게서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줄기에서 가지가 나온다」는 것은 원나무가 잘리고 남아있는 그루터기에서 나온 싹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루터기에서 나온 가지는 쓸모없는 나약한 가지입니다. 예수님이 태어날 당시 다윗 왕통은 몰락한 왕가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윗 왕가에 대해서 아무런 희망도 갖지 않았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도 다윗의 후손이지만 그 당시에 가난하고 초라한 서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사야가 예언한 것처럼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으며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도 없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출생! 말구유에 태어난 이야기! 일생 동안 목수의 아들로 살다가 죽을 때에는 너무나 비참하게 십자가에 달려 죽는 그 모습! 마치 나무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나약한 줄기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겸손한 자, 가난한 자, 온유한 자, 이 세상의 악함과 고통 때문에 탄식하는 자만이 그를 발견할 수 있도록 그는 초라한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그러나 이 예수님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의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인 통로입니다. 아무리 겉모양이 남루해도 골로새서 1장 19절에 있는 말씀대로 하나님이 자신의 전부를 예수님 안에 담아 두셨기 때문에 예수를 본 자는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골 1:9 참고).

그렇다면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우리에게 충만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납니까?
본문 6절에서 9절에 기록된 대로 마치 에덴동산을 방불케하는 메시아 왕국의 파라다이스가 펼쳐집니다. 이리, 사자, 여우, 늑대 등 여기에 나오는 악한 짐승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본성을 그려놓은 것입니다. 자기에게 해가 될 것 같으면 누구도 구별하지 아니하고 해치는 짐승 같은 마음이 인간의 본성이므로 우리는 평화를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악한 짐승 같은 인간이 예수님을 통하여 변한다는 말입니다. 사나운 성품이 변하고 불평, 불만, 복수심으로 이글거리던 마음에 하늘의 평안이 찾아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통하여 사랑의 하나님, 거룩한 하나님, 자비하신 하나님을 알게 되므로 이런 하나님을 닮아가게 됩니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는 곳마다 그 나라는 서로 해치고 복수하는 일이 사라지고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나라로 바뀝니다. 예수님이 재림하시는 그 날에는 드디어 그 나라가 우리 눈 앞에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본 말씀은 옥한흠 목사의 주일설교(1984.12.23)를 요약, 정리한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