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하나님께서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720년 후에 나타날 메시아가 어떤 모습으로 오실 것이라는 것을 시적으로 표현한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종으로 오셨습니다(13절). 그 모습은 너무나 초라하고 아무 쓸모없는 것같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예수님의 외모를 볼 때 눈에 차지 않는 모습으로 오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멸시하고 귀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52장 13절에서 분명히 ‘내 종이 형통하리라’고 말씀하십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시어 하나님 우편에 앉으셔서 전 인류의 구원자인 왕으로 높이시겠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초라한 예수님이 전 우주의 주가 되시는 것을 세상의 지배자들은 놀라서 자기의 입을 막는다고 했습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재림하실 때 이 모든 것은 완전히 성취될 것입니다.

그러면 왜 예수님은 종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셔야만 했습니까? 흔히들 예수님의 탄생의 신비는 동정녀 탄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불가사의한 것은 ‘하나님이 종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죄인보다 더 낮은 위치에 서신 것입니다. 사실 사람들은 지도자가 좀 낮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 위치와 권위에 손색이 없을만큼 조금 낮아지기를 원하는 것이지 종으로 낮아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예수님이 종의 모습으로 오신 것은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낮아져버린 것입니다. 만일 예수님이 외형상 다윗의 혈통을 이은 왕으로 오셨다면 복종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너무나 초라한 예수님의 모습 앞에 그들의 허세가 벗겨지고, 더럽고 추악한 자신들의 모습을 거울에서 보듯이 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것이 사람들에게는 큰 거부 반응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멸시하고,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모습으로 예수님이 오셔야만 했습니까?
첫째, 인간을 체질하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교만한 자와 겸손한 자를 체질하시는 방법이 예수님의 낮아지심입니다. 주님의 모습 자체가 교만한 자는 접근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교만한 자와 지혜 있다고 하는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의 길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어리석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지혜는 이 세상의 상식으로는 통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지금도 이 원리에 입각해서 하나님의 일을 이루고 있습니다. 교회는 끝까지 비천하고 멸시받고 보잘 것 없는 존재여야 합니다. 이 종의 모습을 통해서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둘째, 인간을 위한 참 봉사의 수단입니다. 종으로 온다는 것은 죄인 된 인간의 위치에 자기를 둔다는 말이요 자신이 인간과 하나가 된다는 말입니다. 종의 모습을 입으신 주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우리가 스스로 높아져서 가난한 자가 접근하지 못하며, 우리가 스스로 지혜로워서 무식한 자가 가까이 만나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면 우리는 예수님과 거리가 먼 이질적인 성도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셋째,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는 전략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돈이나 명예나 권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나약한 것 같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우리 모두 이 놀라운 신비스러운 능력을 체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본 말씀은 옥한흠 목사의 주일설교(1983.12.18)를 요약,정리한 것 입니다.>